알짜사회학
광둥 쟝먼 핵연료공장 반대 시위를 통해 본 중국 반핵 진영의 스케일 정치
 
Socio-log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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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5 14:12:24

밀양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 또한 초기에는 지역주민 vs 한전, 정부의 갈등과 해당 지역의 안전성 문제가 주요 의제였다. 밀양주민들이 터전을 잃지 않는 것이 운동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저항운동이 지속되면서 저항운동 세력은 송전탑의 설치의 필요성 그 저변에 깔린 원전문제를 발견했고, 더 큰 문제를 인식한 밀양송전탑 저항운동 진영은 지역민들의 터전을 지키는 목적에서 논의를 더 확장시켜 탈핵운동에 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밀양송전탑 문제와 탈핵문제는 민주사회의 주요 의제로 대두되는 등 다중적 의제로 발전했다. 탈핵운동, 그리고 밀양송전탑 반대 운동 세력들은 지난 해 2016년 민중총궐기에 연대하여 주요 세력으로 대두되는 등 그 규모를 확장시켰고, 그들의 의제는 이제 한국민주주의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논의되고 있다. -운영진

 

김남영, 윤순진 (2016). 광둥 쟝먼 핵연료공장 반대 시위를 통해 본 중국 반핵 진영의 스케일 정치. 환경사회학연구 ECO, 20(2), 5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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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 쟝먼 핵연료공장 반대 시위를 통해 본 중국 반핵 진영의 스케일 정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전 세계의 핵발전소에 대한 공포심은 더욱 커졌다. 반핵 사회운동은 더욱더 큰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고, 몇몇 국가들은 탈핵 선언을 하며, 점차 핵발전소의 개체 수를 줄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핵발전소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대만을 제외하고는 탈핵을 하고자 하는 노력이 거의 없다. 더군다나 중국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중국 정부는 계속해서 핵발전소의 개체 수를 증가시키고 있다. 중국의 광둥성은 핵발전소의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이 글은 중국 내에서도 가장 핵반응로를 많이 가지고 있는 광둥성 쟝먼시에서 펼쳐진 핵연료 가공공장 설립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을 문헌 조사와 현지관찰, 그리고 심층면접을 통해 조사하였다. 그리고 ‘성장연합이론’과 ‘스케일 이론’을 이용하여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진 이해당사자들의 대립을 분석하고 있다.


쟝먼의 핵연료 가공공장

핵연료 가공공장은 원자력발전소와는 다르다. 핵연료 주기(nuclear fuel cycle) 단계를 살펴보면, 핵연료 가공공장은 핵발전소 이전단계로, 발전소에서 쓰일 원자재를 가공하는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쟝먼시에 핵연료 가공공장을 설립하려고 했던 세력은 핵연료 공장이 원자력발전소보다 방사능 유출위험이 적으며,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한다. 중국의 핵발전소 개발은 개혁개방 경제 전환 이후, 중국의 중앙정부의 핵발전소 개발 지침에 따라 빠르게 이루어졌다. 해외 여러 핵발전 기술 보유사들은 앞다투어 중국에 투자하게 되었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중앙정부는 여전히 핵발전소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광둥성은 중국 내에서 가장 많은 핵 반응로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인데, 이는 광둥성의 빠른 경제 성장 속도와 더불어 중앙정부의 광둥성 집중투자 정책에 따른 사회기반시설 건설 투자 붐 때문이다. 하지만, 핵연료 공장의 설립을 반대하는 진영은 핵연료 공장이 안전하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으며, 핵연료공장의 설립은 쟝먼시에 원자력발전소의 설립 가능성을 열어주는 단계에 불과하므로 핵연료공장이 쟝먼에 설립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쟝먼시의 핵연료 공장 설립을 둘러싸고 나누어진 두 진영은 그들이 쟝먼이라는 도시의 가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입장을 보였다. 연구자는 이를 도시의 교환가치를 중시하는 진영과 도시의 사용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대립으로 분석한다. 도시의 교환가치를 중시하는 진영을 성장연합이론으로 분석하며, 핵연료 공장의 설립을 주도했던 쟝먼시의 지방정부, 그리고 토지 엘리트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쟝먼 토지의 교환가치의 상승을 최대 목표로 삼으므로 쟝먼시의 토지를 집약적으로 사용하려는 전략을 사용한다. 쟝먼시의 지방정부에서 전파한 담론은 대체로 경제성장 담론이었으며, 프로젝트 추진 세력의 국장이 해당 지역 출신임을 홍보하는 등 영역화된 담론을 이용하였다. 사회기반시설을 유치함으로써 쟝먼시의 토지 교환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을 사용했지만, 쟝먼시의 사용가치를 중시하는 세력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핵연료공장 건설 저항운동의 스케일정치

쟝먼시의 핵연료 공장 건설 저항세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민감해진 세계시민사회의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 반핵 시위 초기 당시 결집력을 끌어냈던 요인은 “정부의 정보공개가 투명하지 않은 것과 핵연료 프로젝트 안정성에 관한 우려”(68p)였지만, 스케일이 확장되면서 그 요인은 지역 문제, 반핵, 생명존중 등으로 다양해졌다. 시위정보를 유포하는 수단으로는 ‘웨이보’와 같은 SNS나 인터넷을 사용하였으며, 이로 인해 반핵시위의 스케일은 쟝먼 지역사회에 애착심이 있는 시민들과 화교들(의존의 공간)뿐만 아니라 핵연료 공장에서 파생되는 위험경관을 광둥성의 핵발전소를 포함하는 더 큰 수준에서 인식한 시민들과 반핵네트워크(연대의 공간)로까지 쟝먼시의 핵연료공장 설립 저항운동의 스케일이 확장되었다. 이 과정은 열흘이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졌으며, 저항운동 내의 담론을 분석해보면, 자신들을 “베이징, 정부”와 명확하게 구분하고, 도시의 사용가치인 ‘거주’를 위협하는 요인을 몰아내자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었다. 저항세력이 스케일정치를 동원한 결과 기존의 공간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마카오, 홍콩, 더 넓게는 남미까지)에서 화교네트워크를 통해 핵연료공장 유치 반대를 위해 연대하는 연대의 공간이 형성되었다.(85p)


사건의 발단은 쟝먼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발생했고, 갈등또한 영역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핵연료공장 유치를 반대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운동에 힘을 싣기 위해 두 종류의 집단을 활용하는 스케일정치를 전략으로 삼으면서 쟝먼의 갈등은 그 논의에서나 논의에 참가하는 이들의 규모에서나 매우 확장되었다. 그들이 연대했던 첫 번째 집단은 '화교 네트워크'다. 전세계 각지에서 살고있는 화교들은 특유의 애향심으로 중국 국내의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력한 집단이며, 쟝먼은 많은 화교들의 고향이다. 영역화된 담론을 활용하여 홍콩, 마카오, 심지어는 남미에까지 뿔뿔이 흩어져있는 화교들을 논의의 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하였고, 이는 성공을 거두었다. 반대 운동에 참여한 또다른 스케일 정치 집단은 바로 '반핵 네트워크'였다. 홍콩과 마카오를 중심으로 조직된 중국의 반핵네트워크는 쟝먼의 핵연료 공장의 유치가 광둥성을 핵에너지 위험사회로 끌어넣는 발판이 될 것을 염려하였다. 스케일 정치를 동원한 결과, 반핵운동은 이제 '30km이내'라는 의존의 공간을 벗어난 다른 지역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스케일 뛰어넘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소도 영역성이 짙은 담론들이 사용되었다. 영역의 규모는 '30km이내'의 영역이 아니라, 광둥성 전체로 확장되었다.


결론

연구자는 쟝먼 핵연료 공장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을 ‘공간’이라는 키워드를 이용해서 분석하였다. 갈등의 양축에 있는 두 세력 모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도로 영역화된 전략을 사용하였지만, 핵연료공장 유치를 추진했던 성장연합 세력은 스케일 정치 실패로 인해 와해되었고, 반대로 저항세력은 SNS와 화교네트워크를 동원해 삽시간에 스케일을 확장해나갔다. 결국, 핵연료공장 프로젝트는 취소되었고, 저항운동의 승리로 끝났다.

저항세력이 활용했던 고도로 영역화된 담론들은 핵연료 공장 건설을 저지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그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저항세력의 가장 큰 단결요인은 쟝먼 중심지 30km 반경 내의 고도로 영역화된 공간이 중심이었다. 운동의 의제는 쟝먼 30km 반경 이내라는 국지적 공간에 한정되었고, 핵연료 공장보다 훨씬 더 위험한 핵발전소가 쟝먼이 아닌 다른 도시(같은 광둥성 내)에 건설되는 사실은 저항운동세력의 주제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운동의 성공을 위해 스케일 정치를 동원한 결과, 운동의 의제는 광둥성 전반으로 확대되었고, 전세계의 화교들이 운동에 참여하는 등 성과를 거두었다. 


비록, 운동의 당사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더이상의 반핵운동에 연대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안타까움이 남지만, 운동의 성공은 중국 정치체제의 변화에 큰 시사점을 준다. 중국의 정책이나 의사결정이 더 이상 중앙정부나 지역유지의 독자적인 명령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으며, 이제 중국 시민사회가 중국의 정치과정에서 중요한 행위자로 떠오르게 되었다. 앞으로 중국정부는 정책을 설정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중국 내 시민들의 의견을 중요한 변수로 두어야할 것이며, 시민들의 정치적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연구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정치지형의 변화가 중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배경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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