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사회학
십대여성의 디지털노동과 물질주의적 소녀성 - 김애라
 
Socio-log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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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8 13:15:31

이탈리아의 이론가 트론티(Tronti)는 “사회(the social)가 자본주의 생산체계에 점점 더 복속되어가고 있는 현상을 ‘사회적 공장’이라는 개념으로 이론화했다”(채석진, 2016, 232쪽). 사회적 공장이라는 개념은 여성의 가사노동(부불노동)을 설명하는 데 이론적 자원을 제공했으며,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SNS 포스팅이나 관계 맺기, 게임 플레이와 같은 사회적 활동, 놀이 활동까지도 자본의 이윤 착취의 대상으로 포섭되는 흐름과도 관련된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비물질 노동(immaterial labor), 정동 노동(affective labor), 무임 노동(free labor)과 같은 다양한 개념들을 동원하고 있다. 소시올로지컬 알짜사회학에서도 사용자들의 정동을 화폐수익으로 전환하는 구글과 페이스북과 같은 다국적 기업 자본의 전략을 다룬 논문(이항우, 2016)을 소개한 바 있다. 

문화연구자 김예란(2015)은 이러한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디지털 창의노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디지털 창의노동'은 “기술 차원에서의 디지털 노동, 문화와 경제 차원에서의 창의노동, 사회와 이념 차원에서의 후기자본주의의 노동 윤리와 신자유주의적 주체화의 역사적 접합체”로서, 아직 "미결정적인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노동 혹은 실천의 형태이기 때문에 세밀한 관찰과 탐구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좋아요’가 만드는 소녀성과 소녀시장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논문도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맥락 안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자발적 SNS 이용행위의 역설에 관해서 다루고 있다. 놀이나 참여, 취미와 같은 성격으로 이해되는 이들의 생산 혹은 소비 행동은 부지불식간에 기업의 이윤 창출에 기여하게 된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광고를 유통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지만, 여기에서 나오는 이윤은 이용자에게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기업의 차지가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개인적 주체성과 집단적 정체성도 자본의 착취에 취약한 방식으로 특수하게 구조화되는 경향이 논문에서 함께 드러나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


김애라(2016)의 논문 “십대여성의 디지털노동과 물질주의적 소녀성”은 “십대여성들과의 심층면접과 십대여성들의 참여 활동이 가시화되는 온라인 공간에 대한 온라인 관찰”(45)을 통해 십대여성들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통해 스스로 ‘소녀성’이라고 하는 특정한 ‘스타일’을 구성해나가고 이렇게 구성된 ‘소녀성’이 다시 십대여성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동학을 밝히고 있다. 십대여성들을 동질적인 소비자 집단으로 포착하는 소녀시장(girls market)이 “대중문화를 경유해 소녀문화와 효과적으로 동기화”(43)된다는 논의가 기존에 이루어져 왔는데, 연구자는 디지털경제에서는 십대여성과 소녀시장의 중간 다리가 “점차적으로 그보다 더 직접적이고 소규모적인 소셜미디어문화를 기반으로 전환”(43)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십대여성들 스스로가 ‘소녀성’의 운반자”(45)로 역할하게 된 것이 매스미디어 대중문화 기반의 소녀산업과 소셜미디어 문화 기반의 소녀산업 사이의 가장 중요한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십대여성들은 ‘좋아요’를 누르고 친구의 이름을 게시글에 태그하고, 스스로 콘텐츠를 올리고, ‘페북스타’가 되려고 노력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노동 주체라는 인식 없는 노동 주체”(62)가 된다.

현재 소셜미디어에서 십대여성들(혹은 소녀시장의 소비자들)을 주요 타겟으로 한 콘텐츠들은 “화장품, 패션, 연애, 다이어트 등의 동일한 참조거리를 기반으로 십대여성들을 한 데 묶는”(54)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연구의 참여자인 십대여성 당사자들은 인터뷰에서 “또래들의 화장이나 헤어스타일, 패션 등이 페이스북이 만들어내고 있는 특정한 트렌드에 맞추어지는 경우가 많다”(55)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십대여성들에게 “또래적 여성성의 장치이자 기술로서 학습해야 할 일종의 정보”(44)로 여겨지는 소녀성은 “필연적으로 소비적”(65)인 성격을 갖는데, 예쁘게 보이는 ‘셀카’를 찍을 수 있는 구체적인 핸드폰의 기종,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이나 유행을 타는 옷, 화장품, 맛집 등의 소비상품들과 연계된다.

연구자는 오늘날 한국의 디지털 문화의 맥락에서 형성되고 있는 ‘소녀성’은 성인 여성과 구분하여 미성년의 여성을 ‘소녀’라고 칭하는 방식의 연령적 특수성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물질주의적인 방식”(45)으로 구성되며 실제 십대여성들에게도 “소비문화적 실천을 통한 일종의 코스프레적 성격”(66)을 지닌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밝힌다. 자신의 ‘뷰티’에 신경을 써야 하는 존재라는 측면에서 십대여성들과 성인 여성들 사이의 구별은 흐려지며, 오히려 ‘소녀성’이라는 것은 ‘섹시함’ 혹은 ‘청순함’과 같이 십대여성들이 선택하고, 추구할 수 있는 하나의 스타일적 대안으로 구성된다. 연구참여자인 십대여성들은 “이십대, 삼십대일지라도 ‘소녀 스타일’이 어울린다면 그것을 고수할 수 있다”(67)고 지적한다.


뷰티 유튜버


십대여성들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외모의 우월성을 가장 직접적인 선망의 대상으로 경험”하게 되고, 이것은 “페이스북의 ‘좋아요’ 수나 친구 수를 통해 목격되는 십대여성들 간의 위계”와 관련이 있는데(65), 연구참여자들은 “외모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는 현실의 소비문화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동시에 “현실을 바꿀 수 없으니 자신들도 외모를 가꿔야” 한다는 인식을 보여주었다(64). 정리하자면, 이 논문은 “십대여성은 ‘소녀성’을 구성하는 주체일 뿐 아니라 ‘소녀성’이 실현되는 대상으로서, ‘소녀성’으로부터 구성된다”(75)는 사실을 구체적 맥락을 포함하여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김예란 (2015). 디지털 창의노동 – 젊은 세대의 노동 윤리와 주체성에 관한 한 시각. 한국언론정보학보, 69, 71-110.
김애라 (2016). 십대여성의 디지털노동과 물질주의적 소녀성. 한국여성학, 32(4), 37-81.
이항우 (2016). ‘이윤의 지대되기’와 정동 엔클로저 : 구글과 페이스북의 독점 지대 수취 경제. 한국사회학, 50(1), 189-219.
채석진 (2016). 테크놀로지, 노동, 그리고 삶의 취약성. 한국언론정보학보, 79, 226-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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