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사회학
성서비스 노동과 경계 넘기 전략
 
Socio-log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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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3-31 23:49:05

대학생 커뮤니티 구인 광고 게시판에는 가끔 시급이 '짭짤한' 알바들이 올라온다. 4시간 혹은 5시간동안 바(bar)에서 남성손님의 말상대가 되어주기만 하면 된다는 내용들이다. 최저시급을 주는 다른 알바와는 3배 이상 차이나는 시급이다. 높은 시급에 혹해서 가보면, 사실 그 일은 손님의 말상대나 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종류의 성매매인 것이다. 한국사회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제정한 이래로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더욱 강력하게 금지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성매매의 종류는 더 확장되고 그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어떻게 이런 모순적 상황이 펼쳐지는 것일까? -운영진


오김숙이. (2016). 성서비스 노동과 경계 넘기 전략. 여성학연구, 26(2), 73-101.

 | http://www.dbpia.co.kr/…





성서비스 노동과 경계 넘기 전략  


성서비스 경제와 성서비스 노동

연구자는 이 논문에서 ‘성서비스 노동’이라는 개념을 ‘매춘’과 대비하여 사용한다. ‘성서비스 노동’이란 돈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성적 거래에서 제공되는 광범위한 성서비스 노동을 지칭하는 말이며, 전형적인 형태(성매매 특별법에 명시된 ‘성매매 행위’를 수행하는)의 성매매부터 ‘애인대행 서비스’, 토킹바 등의 법률적으로 ‘성매매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성서비스 노동을 아울러 이야기한다. ‘매춘’이라는 용어에는 이미 오랫동안 사회 규범적 가치를 배태하고 있는 말이기 때문에 ‘성서비스 노동’과 구분하여 사용한다. ‘매춘’은 사회규범이 비정상으로 여기는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며, 오랜 역사동안 사회적으로 낙인을 깊이 배태하고 있다.(75) 따라서 사회적으로 비규범적인 것을 이야기할 때에는 ‘매춘’을, 사회적 가치를 배제하고 해당 여성들의 ‘노동’, 그리고 그들의 노동의 성격이 ‘서비스업’이라는 것까지 아우르기 위해서는 ‘성서비스 노동’이라는 개념을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성상품화는 뚜렷하게 증가했다. 몸과 섹슈얼리티의 상품화가 이전보다 급격하게 증가했고, 성서비스 경제 또한 뚜렷하게 증가했다. 2004년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을 통해 한국사회는 성서비스 노동과 경제를 강력하게 규제하고자 했지만, 집창촌과 같은 집약적이고 가시적인 성매매 형태를 급격하게 감소시켰을 뿐, 그 이외의 비가시적인 형태의 성매매는 그 종류, 형태가 더욱 다양하게 변화했다. 전형적인 형태의 성매매 이외에도 애인 대행 서비스, 남성 고객의 말 상대가 되는 토킹바(bar) 등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었다. 이처럼 한국 사회가 성서비스 노동을 비규범적인 것, 불법 등으로 강력하게 규제하지만 성서비스 시장의 규모와 종류, 종사하는 여성의 수는 더욱 늘어났다.

 

이와 같은 모순적인 상황에 대해 연구자는 물음을 던진다. 연구자는 다양한 성서비스 산업에서 일한 여성들을 심층면접하고, 성서비스 거래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관찰한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가 법률과 사회적 낙인으로 성서비스를 강력히 금지함에도 어떤 경로로 그 경계를 넘게 되었는지, 그들의 성서비스 노동경험이 그들의 삶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노동과정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게 되었는지, 그로 인해 어떤 갈등의 국면을 맞이하는지, 마지막으로 그들의 노동경험은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총체적 연구를 진행하였다.


구술자들의 경험

구술자들의 경험은 대체로 유사한 경로를 보인다. 그들은 성서비스 노동을 하기 직전, 자신의 삶이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막막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상황은 빈곤과 함께 사회적 인정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 함께 겹친 총체적 파국이었다. 결정적으로 경제적 성서비스 노동을 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빈곤이었다. 당장 생계가 막막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돈이 필요했고, 그래서 일탈적이고 불법적인 영역인 성서비스의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성서비스는 이미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불법, 혹은 ‘옳지 않은 것’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구술자들은 처음 성서비스의 영역에 들어설 때 사회적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신체적 위험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빈곤 앞에서는 고려대상이 될 수 없었다.


이들은 성서비스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끼기도 하고, 혐오범죄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노동은 ‘불법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동시에 사회적으로 낙인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으므로 어떤 피해사실도 알리거나 해결할 방안이 없었다. 개인이 스스로 위험요소를 피하기 위한 강구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까닭은 돈 문제였다. 그들에게는 자신이 겪는 극심한 빈곤이 ‘사회적 죽음’의 비용이나 신변의 위협에 대한 공포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였다. 이후, 당장의 빈곤을 해결하게 되면서 이전과는 달리 그들은 자기 일(성서비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즉, 이들에게 가난은 성서비스 노동 과정에서 겪는 인격적 모독이나 존엄성의 문제보다 더욱 극심한 수치심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연구자는 이를 통해 여성의 빈곤문제가 어떠한 측면을 갖는지 이야기한다. 이들에게는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것보다 빈곤의 문제가 구술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려하는 조건이었다.


유동하는 경계와 경계 넘기




구술자들의 생애와 경계넘기(95)



사회규범은 비매춘의 세계와 매춘의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사회규범이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 구술자들이 직접 성서비스 노동을 하며 발견한 현실은 실제로는 이분법처럼 확고하지 않았다. 우선, 이들의 노동이 사회규범이 정의하는 매춘세계의 노동이나 법적으로 규제된 범위 내에 고정되어 있거나 명확하지 않았다. 토킹바(bar)에서 일하는 여성이나 일식집 서브, 애인대행 서비스를 하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전형적인 매춘처럼 직접적 성서비스를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때에 따라 직접적 성서비스를 수행하기도 하는 등 그 경계가 모호했다.


더불어 이들은 성서비스 노동을 하는 동안에는 사회규범이 나눈 매춘의 세계에 존재하지만, 매춘 세계에서 노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지만 않는다면 평소에는 비매춘의 세계에 존재한다. 그래서 이들은 비매춘의 세계와 매춘 세계를 넘나든다. 이들은 성서비스 노동시간 동안(매춘 세계에서의 시간)은 전적으로 사회규범이 갈라놓은 비정상의 세계로 넘어간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의 성서비스 노동이 남에게 알려지지 않는다하더라도 자신이 사회규범을 어기고 있다는 내적갈등을 겪는다. 더불어 성서비스 노동을 하는 시간 동안 부당한 경험을 하거나 폭력을 당하더라도 전적으로 개인이 감당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비매춘 세계와 매춘 세계를 명확하게 가르는 사회규범 때문에 성서비스 노동을 하는 여성들은 그 시간 동안의 사회적 죽음의 상태와 신변의 위협은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 된다.


 

연구자는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성서비스 노동의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와 연관 지어 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경제적 불평등은 곧 인격적 불평등으로 경험되며, 돈은 곧 사회적 지위이자 자존심을 의미하게 된다.(98)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사회규범이 갈라놓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유동하게 된다. 결국, 성서비스 경제에 참여하는 여성들 또한 사회·경제권을 누리고자 하는 행위로 결국 정치·시민권을 읽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다.(99) 이들에게 불법화 정책이란, 성서비스 경제를 사라지게 하는 것보다는 성서비스 노동을 하는 여성들이 노동과정에서 겪은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여성 개인이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연구자는 이 문제가 단지 성서비스 노동을 수행하는 일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서 다른 선택지를 찾지 못한 채 성서비스 노동의 영역으로 발을 들이게 되는 많은 여성을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고, 비규범적 세계에 영영 가두는 부조리한 현실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연구자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현실과 담론 사이의 모순에 대한 논의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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