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사회학
경력단절의 미시적 요인 분석 - 전혜진
 
Socio-log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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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0 18:20:54
고용 영역에서의 성차별을 확인하기 위해 살펴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바로 성별 취업률일 것이다. 통계상으로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여성의 취업률이 남성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들의 취업률이 연령대별로 M자형의 패턴을 보이는, 즉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유난히 낮게 나타나는 현상은 여성의 ‘경력단절’이라는 개념으로 명명되면서, 여성 전체의 취업률과 고용의 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이자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의 결과로 지목되어 왔다. 

그런데 이 현상에 관한 꽤 많은 논의(다수의 일상, 정책, 미디어 담론 및 일부 학술 담론)는 경력단절을 다시 ‘여성의 문제’로 환원하여 설명하는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은 ‘여성은 신입사원으로 뽑아 봐야 결혼하고 출산하면 그만 둘 사람들’이라는 식의, 여성 일반에 대한 잘못된 차별적 인식이 강화되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이번 알짜사회학에서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가 일어나는 실질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이 문제를 다루면서 이를 여성 개인의 문제 혹은 모성이나 의존성과 같은 여성의 본질적 특성 문제로 환원시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 ‘한국인구학’에 게재된 전혜진의 2016년 논문, ‘경력단절의 미시적 요인 분석: 여성의 사직 여부에 영향을 끼치는 기업복지 및 배우자 효과에 대한 분석’  | http://www.dbpia.co.kr/… 을 중심으로 알아보려고 한다.


ⓒ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말로 결혼과 출산, 그 자체가 문제일까?


전혜진의 연구는 1~4차년도 여성가족패널(Korean Longitudinal Survey of Women and Families) 데이터와 로짓 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출산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조건이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에 끼치는 영향을 통계적으로 추정한 연구이다. 분석 결과, 여성의 출산 경험은 유의 수준 1% 이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을 한 여성이 사직을 하게 될 승산(odds)이 두 배 이상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개인적 차원의 통제변수 요인들의 효과를 함께 살펴보면, 응답자가 받을 수 있는 사내복지 수준이 높을수록 사직 위험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응답자의 임금이 높을수록 사직 위험률이 감소하는 효과가 존재하지만, 이는 사내복지 수준을 통제했을 때 사라지는 효과로 나타났다. 즉, 여성의 개인적 특성(임금 수준)보다는 구조적 환경(사내복지 수준)이 여성의 사직 여부를 결정하는 더 주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서 여성들이 낮은 임금의 일자리를 그만두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결혼과 출산 후 여성의 복직을 용인하지 못하는 회사들에서 여성들이 반-자발적으로 그만둠을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혼과 출산이라는 사건 그 자체가 가질 수 있는 ‘경력단절’의 가능성을 출산 후 여성들의 원활한 복귀를 장려할 수 있도록 하는 회사 내의 분위기, 사회적인 압력을 통해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현재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성의 노동에 대한 구조적인 편견이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계속해서 재생산하고 있다는 적극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경력단절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이 문제를 여성의 결혼과 출산이라는 생애사건에만 관련된 것으로 치부하는 형태로 지속되어 왔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발간된 국미애(2014)의 보고서는 흥미로운 문제제기를 담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에서 서울시 여성이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개인 및 가족 관련 이유’, ‘육아’, ‘가사’ 등의 결혼/출산과 관련된 개인적 이유를 제시한 응답이 74.1%나 차지했지만,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질문과 답변의 형식을 바꾸어 질문해보았을 때는 ‘근로조건 및 직장환경’, ‘계약만료’, ‘경영악화’, ‘결혼, 임신, 출산으로 퇴사하는 관행’ 등 구조적 이유를 제시한 응답이 67.8%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공식적인 조사에서 질문지 자체가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쉽게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은 “여성고용을 기피하게 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민현주(2011)의 연구에서도 “자녀양육으로 인해 노동시장을 단절하는 여성들은 경력추구에 대한 욕구가 낮다”는 기존의 이론과 상충되는 결과를 발견한다. “자녀양육이나 가사로 인해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적 차별이나 불만족스러운 근로조건으로 인해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들에 비해 재취업의 시기가 빠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두 가지 면을 시사하는데, 하나는 ‘결혼 이후에는 일보다는 가정을 더 중요시하는’ 집단으로 여겨지는 한국사회의 여성에 대한 인식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에 관한 논의의 초점을 가사노동과 출산 문제에서 노동시장과 개별 회사(작업장)의 구체적 현실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가정 양립, 무엇을 문제로 볼 것인가?


저출산과 여성의 경력단절 등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정부는 일가(家)양득이라는 일-가정 균형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캠페인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살펴보면, 정부가 일-가정 양립을 마치 직장(일)에서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근로자들이 가정에도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유연근무 활용, 불필요한 회식야근 줄이기, 육아휴직 제도 확충 등은 모두 직장과 관련하여 가정 밖에서 보내는 시간을 가정 안에서 쓸 수 있도록 확보해 주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또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에서 일-생활 균형(Work-Life Balance)으로 제기된 문제가 한국에서는 일가양득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되면서 마치 생활이 가정이고 가정이 생활인 것과 같은 뉘앙스를 취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과연 여성들에게(혹은 남성들에게도)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 바뀌어야 할 곳이 단순히 직장이기만 한 것일까? 전혜진의 논문에서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출산의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개인적 조건과 구조(회사조직)적 조건 외에도 ‘가정 내부의 조건’을 별도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경력단절이나 저출산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설명 요인이 가정 내에 혹은 소위 ‘가족 문화’라는 것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결과에서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여성 응답자들의 가족에 대한 가치관과 자녀에 대한 가치관이 여성의 사직 위험률에 각기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여성이 ‘가족에 대한 보수적 가치관에 대한 내재화가 강할수록’ 사직 위험률이 낮아진다. 이는 여성에게 있어서 일과 가정을 상호 대립적인 관계로만 보는 – 일반적으로 둘 중 하나는 포기하고, 둘을 다 잡는 여성은 우상시되는 – 일반적인 시각과 상충하는 것이다. 연구자는 이러한 결과를 이미 ‘가족 임금’을 보장하지 않는 후기산업사회의 일자리들은 남성 1인 생계부양자 모델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가족에 대한 보수적 가치관은 경제적 안정화를 통한 가족 체제의 유지를 위해 노동시장이탈을 꺼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 가능성을 제기한다. 여성들 스스로가 이미 자신들의 경제 행위, 혹은 ‘맞벌이’에 대한 필요성을 내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결혼 이후 남편의 임금에 ‘의존하는 성향이 있다’ 혹은 ‘의존할 수 있다’라는 ‘취집’ 담론으로 대표되는 사회적인 인식을 반박하는 설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미 한국사회에서 남편만 벌어서 가족이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의 일자리가 별로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며, 여성들도 남편의 소득이나 일과는 무관하게 자신 스스로의 커리어에 대해 인식하면서 생활한다. 전혜진의 연구결과에서는 여성 개인의 임금뿐만 아니라 배우자(남편)의 임금도 여성의 사직 위험률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본인의 임금의 경우에는 그나마 사내복지 수준과의 매개효과 상에서라도 통계적 유의성이 발견되는데 비해, “배우자의 임금은 어떠한 효과도 없다.” 청년 여성들의 ‘가족 실행’ 전략에 관해서 질적 방법으로 연구한 김현아(2015, 89-94쪽)의 논의에서도 청년 여성 연구 참여자들이 남편의 소득이 아닌 자신의 소득을 기준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자녀 중심적인 가치관은 유의미하게 여성의 사직 위험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가 요구하는 모성담론에 더 큰 영향을 받거나, ‘엄마 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경우 여성들이 양육에 전념하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출산 이후 여성들의 양육 부담이 그 이전의 가사 부담과는 양적으로, 또 질적으로 다르다. 전혜진의 연구결과에서는, 그것이 출산 이후 시기에 출산 이전 시기와 다르게 남편의 가사노동 참여 시간 변수의 사직 위험률 감소 효과가 사라지는 지점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출산 이전 시기와 출산 시기에는 남편의 가사노동 참여 시간이 많을수록 여성의 사직 위험률이 감소하는 효과가 0.1%의 유의수준에서 강력하게 나타나지만, 출산 이후 시기에는 그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연구자는 이러한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 이유를 든다. 우선, 가사노동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양육 단계에서 남편의 가사노동 수행의 총량은 여성의 사직 위험률을 줄일 만큼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또한 출산 이후의 가사 노동 및 ‘돌봄 노동’은 주로 여성에 의해 수행된다. 앞서 언급했던 청년 여성들에 대한 김현아(2015, 94-100쪽)의 질적 연구에서도 현재 청년 여성들에게 과도한 ‘어머니 노릇’이 강요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한 바 있다. 연구 참여자들은 반복적으로 자신들이 직접 육아를 수행해야 하는 시간으로 ‘3년’을 강조하는데, 한국에서 지배적인 ‘애착 육아법(attachment parenting)’이 여성의 어머니 노릇을 고밀도/고강도 노동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요약하면, 전혜진이 잘 정리한 것과 같이 “경제활동 그 자체는 개인 단위의 문제인 것에 반해 가사와 양육은 가족 단위의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 더불어 가족 단위의 문제인 가사와 양육은 여성들이 임금 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의 일’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다. 따라서 일-가정 양립을 위해 바뀌어야 할 문화는 ‘일’ 문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정’ 문화에도 중요하게 존재한다. 시간제 선택 일자리와 같은 여성의 ‘일’을 축소함으로써 일-가정 양립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정책들은 오히려 여성을 다시 ‘가정’에 가두고 남성에 비해 ‘적은 돈만을 벌 수 있는’ 존재로 구성하는 ‘성차별적인’ 결과로 나타날 위험성이 있다.

참고문헌

국미애 (2014). 서울시 경력단절 여성, 왜 경력이 단절되었을까?.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연구보고서.
김현아 (2015). 청년 여성의 불안정 노동 경험과 “가족 실행” 전략에 관한 연구.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실천여성학 전공 석사학위논문.
민현주 (2011). 여성의 경력단절 기간별 생애사건 효과분석. 한국인구학, 34(1), 5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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