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사회학
여성 '몸-증권화'를 통한 한국 성산업의 정치경제적 전환에 대한 연구 - 김주희
 
Socio-log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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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1-09 20:58:12
주말 저녁, 유흥가 주변 강남 길바닥에는 ‘일수 대출’이라고 쓰인 명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거리에 뿌려진 명함에는 “업소언니 우대, 무담보 대출”과 같은 문구들이 눈에 띄게 쓰여 있다. 담보도 없이 어떤 이유로 업소 여성들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것일까? 대출금이 지급되고 이를 회수해가는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어떤 상황 속에 놓이는 것일까? 소개하고자 하는 논문은 이런 현상들을 정치경제학적 구조 속에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제공되는 대출이 성매매 산업을 합법적인 경제로 위장할 수 있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인 김주희는 ‘제일은행의 유흥업소 대출 상품’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금융업과 성매매 산업의 관련성을 밝히고 있다.

김주희 (2016). 여성 ‘몸-증권화’를 통한 한국 성산업의 정치경제적 전환에 대한 연구. 경제와사회,
111, 142-173.



유흥업소 특화대출 상품

2011년경 국내 3대 폭력 조직 두목으로 유명한 조 모 씨의 대출 사기 사건이 보도되었다. 이 사건은 조 씨와 그의 부하가 '룸살롱' 종업원 여성들에게 선불금(거래 의무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미리 치르는 금액)차용증을 요구하고, 이를 담보로 삼아 제일저축은행의 대출상품을 이용해 115억원 가량의 돈을 대출받은 사건이다. 문제가 되었던 것은 여성들을 동원해 ‘허위’선불금 서류를 제출하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건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제일저축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재무 상태가 악화되었다. 이러한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 새로운 대출 상품의 개발이 필요하였는데, 이 때 만들어진 상품이 ‘유흥업소 특화대출’이었다. 이 대출은 유흥업소 업주의 대출 희망 금액, 종업원의 수, 월 매출액, 룸 개수, 사업장 규모 등의 조건을 보고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중 가장 중요한 지급 조건은 ‘룸살롱에 근무하는 여성들의 숫자’이다. 즉 여성의 몸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확실하다고 여기는 ‘합리적인’ 믿음을 통해서 대출 심사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조 모 씨는 이런 대출 상품을 통해 2010년 강남에 건물 두 채를 빌려 대형 룸살롱으로 개조하였고, 약 331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일반적인 통념 하에 받아들여지기 힘든 ‘유흥업소 전용’ 대출 상품의 존재는 이 사건을 통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법정에서 이런 상품의 운용과 존재여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몸- 증권화의 젠더 정치학

제일저축은행은 여성의 몸이 이윤 창출에 원천이 된다는 믿음 속에 이러한 대출 상품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제일저축은행의 ‘유흥업소 특화대출’은 어떤 방식으로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하고 상품화하였을까? 이 과정에는 여러 가지 금융적 실천이 작동하고 있었다. 먼저 이러한 대출을 받기 위해서 요구되는 차용증은 성매매 여성들을 통제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업주가 여성들에게 선불금 차용증을 요구하면,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여성들은 쉽게 차용증을 작성한다. 하지만 차용증은 단순히 법적으로 채권자의 권리만을 보호하는 증서이다. 이렇게 되면 업주는 차용증을 의도적으로 돌려주지 않거나, 이자·원금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방법을 사용해 여성들을 착취할 수 있게 된다.

(p158) 

심지어 이런 차용증이 양도가 되면서 다양한 주체들이 거래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면서 차용증은 브로커, 사채업자와 같은 악질적인 채권자에게 매도되기도 한다.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면서 결국 여성에게 돌아오는 원금은 줄어들게 된다. 여성과 은행 사이에 존재하는 많은 거래에서 수수료가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용증의 주된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차용증을 중심으로 기존의 포주/사채업자/브로커-성매매 여성의 불법적인 관계가 채무-채권자의 합리적인 계약 관계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업주와 사채업자는 원금을 상환하는 관리자로 변모한다. 이러한 법적인 관계로 전환을 통해 은행은 안정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을 위한 대출이 안정적인 또 다른 이유는 채권 추심이 쉽다는 점이다. 채권 추심은 빌려준 대금을 받아내는 행위인데, 금융기술이 진보되었다고 하더라도 채권 추심은 결국 전통적인 폭력의 방법을 사용한다. 결국 이는 여성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유흥업소 특화 대출은 채권 추심이 더 쉬워지는데, 성매매 여성으로서의 낙인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들은 돈을 주지 않으면 그들의 지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을 받고 있었다. 저자는 이를 “쥐어짜기”라는 용어로 표현하는데, 채권자들은 쥐어짜기를 통해서 채무자의 삶 자체를 이윤의 원천으로 삼고 통제하기 시작한다. 표면적으로 채권자의 권리가 행사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현상은 결국 성별화 된 폭력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성매매 여성을 상품화하는 이러한 금융적 실천의 심급에 결국 ‘여성의 몸’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를 ‘몸-증권화’의 과정이라고 명명한다.
여성 풀링 기법과 대형 룸살롱의 등장
 
이상에서 살펴본 대출 상품은 다양한 금융적 실천을 통해 현대 성산업의 구조가 변화는 것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00년대 초반에서 2010년 사이 탄생한 유흥업소 대출과 함께 가장 번성했던 것은 대형 성매매 업소이다. 대형 성매매 업소란 고층 빌딩을 통째로 빌려 4~50개의 룸에 대략 100명의 여성들을 고용하는 업소의 형태이다. 이러한 형태의 성매매는 남성들에게 다양한 여성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와 더불어 합리적인 선택을 제공해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성매매 산업이 탄생한 것은 대출 상품과 큰 관련이 있었다. 성매매 여성들의 몸을 기반으로 한 대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별 여성이 가진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앞서 말했듯이 많은 여성의 ‘숫자’를 모아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였고, 그에 따라 다양한 여성의 차용증을 한데 묶을 필요가 있었다. 다시 말해서 개별 인물이 가지고 있는 불안정성은 여러 위험을 묶어 분산시키는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고, 저자는 이를 ‘묶는’기법 (risk-pooling) 이라고 부른다. 결국 금융권에서 대출 자산은 여성의 몸의 ‘묶음’을 담보로 새로운 투자 상품을 창출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젠더
 
마지막으로 김주희는 이런 ‘몸-증권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신자유주의 금융화에 작동하는 젠더의 축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많은 연구자들은 신자유주의 금융화가 진행되면서 증권화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주장한다. 즉, 기존에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대출이 증권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다수의 증권으로 재가공 되었고, 이를 통해 부채가 이윤을 낼 수 있는 또 다른 상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출을 받은 가계과 개인은 금융적 관계에 포섭되었고, 이들의 부채가 전 세계 시장에 매매되면서 개인과 가계의 소득이 글로벌 시장과 연결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주희는 이때 포섭되는 가계와 개인의 특수성에 주목하지 않았던 기존의 연구에 비판을 가하면서, 증권화의 과정이 채무자의 개별성을 소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2008년 금융위기에 라틴, 흑인계 채무자가 대부분이었다는 점, 제 3세계의 소액금융이 여성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증권화에서 과정의 대출이 비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대출은 오히려 특정 집단에 대한 경멸과 무시에 기반을 둔 신용평가와 대출 영업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경멸과 무시는 채권 추심의 영역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김주희는 이러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유흥업소 대출상품’ 또한 이러한 차별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대출 상품임을 지적한다. 성매매 여성이라는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이용해 여성의 몸을 금융상품으로 만들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몸-증권화’라고 부르며, 신자유주의 금융화의 연구에서 주목해야할 지점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2004년 이후 강력한 처벌의 요구로 성매매 방지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줄어들고 있지 않은 성매매 산업은 이러한 ‘몸-증권화’의 결과물에 있다고 본다. 즉, 증권화를 통해 성매매 여성과 업주, 브로커의 관계가 채무자-채권자의 합리적인 계약으로 전환되면서 성매매 산업은 법망을 피해서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성매매 방지법 이후 오히려 커져가는 성매매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 신자유주의 금융화에 작동하는 젠더질서를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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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17-01-10 11:46:15

포주들이 여성들을 강제로 계에 가입시키고 곗돈을 안긴단건 들어봤는데 제도권 은행에서도 이러다니...악랄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