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사회학
조선시대의 외람된 여자 `독녀` - 정지영
 
Socio-logical
3
  464
Updated at 2016-12-27 00:54:40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는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었다. "다모"의 채옥이 역시 역모로 집안이 몰락하여 뿔뿔히 흩어지는 바람에 고아나 다름없었다. 사극에 등장하는 여성 히로인들이 고아인 이유는 그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않는 캔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조선이라는 시대 설정에서 부모가, 보다 정확히는 아버지가 있는 여성이 바깥 활동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의 여주인공은 고아여야만 했다. 오늘 소개하는 정지영 선생의 논문 두 편은 조선시대의 각종 사료들 속에서 캐어 낸 조선시대 비혼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지영. (2016.10). 조선시대의 외람된 여자 `독녀`. 페미니즘 연구, 16(2), 317-350.  | http://www.dbpia.co.kr/…
정지영. (2016.9). 조선시대 `독녀`의 범주. 한국여성학, 32(3), 1-26





                           


조선시대의 외람된 여자 `독녀`

조선은 대단한 행정국가였다. 관청에서 벌어지는 일, 왕에게 올라가는 보고와 그 처분에 대하여 세세히 기록해두었다. 호적이 있었고, 호적에 백성을 등록하여 관리하였다. 조선에는 행정 권력에 의해 통치되는 ‘인구’가 존재했다. 통치를 위하여 조선은 인구를 ‘구획’하고, ‘배치’하였다. ‘독녀’는 그 중 어떠한 특성을 가진 인구에 붙은 명칭이다. 정지영의 두 논문 “조선시대 ‘독녀(獨女)의 범주 : ‘온전치 못한’ 여자의 지위”(2016a), “조선시대의 외람된 여자 ’독녀‘-위반과 교섭의 흔적들”(2016b)은 바로 이 인구 ’독녀‘에 대한 연구이다.
 
“조선시대 ‘독녀(獨女)의 범주 : ‘온전치 못한’ 여자의 지위”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와 같은 관찬 자료 속에 등장하는 ‘독녀’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다. 현대 한국어에서 ‘독녀’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역사자료 속 ‘독녀’의 존재는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연구자는 사라진 존재 ‘독녀’를 통해 조선시대에 조정이 여자를 분류한 경계와, 이러한 분류에 의해 여자를 규제한 과정을 분석한다. 독녀는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는 존재”(2016a:7)이다. 이들이 ‘독녀’라는 이름으로 구분된 것은 이들이 ‘삼종지도’라는 여성이 따라야할 규범의 바깥에 위치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삼종지도는 여자는 태어나서는 아버지를, 결혼해서는 지아비를,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른다는 뜻으로, 여자가 따라야 할 세 가지 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독녀는 남편과 아들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처녀나 남편은 없으나 자녀가 있을 수 있는 과부와는 다른 존재이다. 그러나 결혼을 하지 않은 채 나이가 들었거나, 아이가 없는 과부는 독녀로 볼 수 있기에 실제 용법이 깔끔하게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첩이 되었다가 돌려보내진 경우와 같인 혼인하지 않았으나 혼인한 경우, 혹은 버려진 아이를 거두어 키워 아이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2016b:328~225). 나라는 이 아이를 키우는 것을 장려하고, 비용을 보조하였다.
 
유교정치에서 ‘환과고독(鰥寡孤獨 : 홀아비, 과부, 고아, 독녀)’의 존재는 왕이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였으며, 따라서 이들은 계속 관리되어야 하는 대상이었다. 특히 독녀는 의지할 곳 없는 존재로 세금감면이나 진휼 등을 통해 특별 배려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을 특별히 대우받은 것은 이들이 궁핍하고 가여운 처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삼종지도’라는 규범이 그 견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삼종지도를 따르지 않는 존재는 궁핍하고 가여운 처지여야만 했다. 어떠한 인구를 구획하고, 특정한 위치에 배치한다는 것은 그 배치의 ‘의지’에 따라 인구를 규제하기 위함이다. 조정의 대신들 사이에서 독녀가 모두 가난한 것은 아니며 솔정(데리고 있는 남자 성인)을 데리고 있는 경우에는 역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러한 기록은 독녀들의 위치가 매우 다층적이었음에도 조정은 끊임없이 이들을 특별배려 대상으로 위치 짓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독녀라는 이름을 통해 삼종지도 바깥에 있는 이들을 삼종지도의 서열 안에 위치시키면서, 동시에 세금면제와 진휼을 통해 이들을 조정의 통제 아래에 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조선시대에는 자녀를 혼인시키지 않는 가장을 처벌하거나, 혼기를 놓친 사람들이 혼인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혼인을 장려하였다.
 
독녀라는 존재가 삼종지도 속에서 어떤 서열에 위치하는 가는 독녀가 어떤 맥락에서, 그리고 누구와 함께 묶여서 언급되었는가를 통해 알 수 있다. ‘환과고독’이라는 표현의 기원은 『맹자』이다. ‘환과고독’이라는 관용어로 하나로 묶여서 표현이 되고 있으나, 사실 이들이 같은 맥락으로 다루어진 것은 아니다. 실제 조선의 기록물에서는 주로 ‘과부와 홀아비’, ‘과부와 고아’가 묶여서 등장하였고, 독녀는 매우 드물게 과부나 독남과 함께 쓰였다. 독녀는 다른 ‘환과고’ 보다는 주로 맹인과 함께 묶여서 등장한다. 예를 들어 구휼과 세금면제에 대한 내용에서도 ‘맹인과 독녀 가운데’라는 식의 표현이 그러하다. 또한 독녀는 역병에 걸린 사람, 심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과 함께 묶여서 언급이 되기도 하고, 구걸하는 사람과 묶여서 논의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에 걸인은 구제만 받고 떠나는 떠돌이여서 관아에서 구제하는 것을 꺼리는 대상으로, 구제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서열의 최하위에 속하는 계층이었다. 독녀는 이러한 걸인과 같은 불안정한 존재로 여겨졌으며, 가족이 있는 맹인보다도 더 불쌍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리하여 독녀는 나라에서 역(役)을 시키기 위한 호구조사에서 승, 무녀, 폐질(병자), 류장과 함께 제외되는 국가 운영의 대상 밖의 존재로 치부되었다. 독녀는 백성의 기준에 미달하는 온전하지 못한 ‘불성인(不成人)’이었다.
 
혼인 여부, 자식 유무에 따른 분류는 여성들을 나누는 위계설정의 장치였고, ‘독녀’라는 범주를 설정하는 것은 독녀를 규제함과 동시에 일반부녀의 범주를 명확히 하는 것이었다. 독녀는 일반 부녀의 경계를 드러내는 경계에 있는 이들이었고, 누군가에게 소속되지 않은 위험인자였다. 그러나 독녀는 삼종지도의 규범 속에서 자신들이 ‘불성인’으로, 궁핍하고 가여운 존재이지만 무기력한 존재만은 아니었다. 이들은 혼인의 경계 바깥에 있는 모호한 존재였고,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그리고 이 경계에서 이들은 “서로 다른 지층의 ‘복수적 위치’에서 전략적 개입과, 교섭”을 통해 저항하였다(2016b: 320).
 
조선시대의 조정은 이들의 궁핍하고 불쌍한 처지를 불쌍히 특별히 대우했지만, 특별 대우는 이들이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독녀는 조정에 생계 대책과 관련한 요구를 하고, 때로는 법을 위반하기도 했다. 문헌에는 독녀들이 생계를 위해 술을 빚어 팔았다는 대목이 등장하는데, 금주령이 내려진 시기에도 술을 빚어 팔다 잡히기도 했다. 이렇게 범법을 하다 잡혔을 때, 이들은 자신이 ‘독녀’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독녀들은 정상참작을 받기도 하고, 다른 경우보다 약한 처벌을 받기도 했다. 이것은 조선시대의 처벌 규정과도 관련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누군가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가장을 처벌하였다. 때문에 부인이 술을 빚은 것을 남편이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독녀는 남자에게 속하지 않았기에 남편이 없었고, 이들의 범법행위는 처벌을 엄하게 묻기 애매했다. 독녀가 조정을 난처하게 한 것은 범법행위 뿐이 아니다. 유교정치에서 독녀를 살피는 것은 어진 정치의 징표였기에, 국가는 그들의 호소를 우선적으로 들어주었다. 이러한 와중에 독녀들은 신문고 또는 격쟁을 통해 사소한 것까지 왕에게 호소하여 문제가 되었다. 왕에게 억울한 일을 직접 호소하는 것은 매우 제한된 경우에만 할 수 있었는데, 독녀들은 격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외람되게 격쟁을 하였던 것이다.
 
정지영의 두 논문은  조선시대 ‘서발턴’의 존재와 삶을 그려낸다. 독녀들은 불쌍한 골칫거리였다. 이들은 인정을 베풀어야 할 대상이었으나, 마냥 불쌍한 대상으로 가만히 남아있지 않았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밝고, 거침없이 왕에게 상언을 하는 그녀들은 누군가에게 속해 있지 않기에 예측되지 않는 문제거리였다. 비정상의 독녀를 정상의 통치체계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설정되었고, 그녀들은 경계 밖으로 배제되었으나 경계를 오가며 유교의 규범체계와 협상하였다. 이 논문은 동시에 특정한 ‘범주’의 뒤에 숨은 ‘의지’와 ‘효과’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한다. ‘장애인’, ‘피해자’, ‘수급자’. 이러한 이름 뒤의 존재에 대해 어떤 당연한 모습이 가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범주를 통해 어떠한 ‘서발턴’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에 대해 말이다. 

 
   
2
Comments
1
2017-03-04 20:15:31

조선시대는 늘 관심이 많아서 이런 글 좋아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서발턴'이란 개념은 오늘 처음 접했는데... 음 어렵네요. 
1
2017-03-06 10:15:30

서발턴과 관련해서는 스피박의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 가 많이 인용되는 것 같습니다. 추가 리딩으로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