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사회학
친밀성 실천과 이성애 결혼/가족 규범에 대한 비판 - 유화정 / 김순남
 
Socio-log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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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5 21:59:06
진선미 의원은 '생활동반자법'을 계속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발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법으로 보호하는 '생활동반자'의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1명의 파트너 혹은 2명 이상의 파트너? 자녀? 동성 파트너? 가족구성권에 대한 논의는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이성애 결혼을 통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오늘 소개하는 두 논문은 가족이란  가족'하기'의 실천을 통해 구성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화정. (2015.12). 한국사회에서 동거 커플, 그리고 그들의 복잡한 젠더 실천과 가족 ‘하기’. 여/성이론, (33), 84-97.  | http://www.dbpia.co.kr/…
김순남. 2013. "이성애 결혼/가족 규범을 해체/(재)구성하는 동성애 친밀성".한국여성학 제29권 1호, 2013.3, 85-125 (41 pages)   | http://www.dbpia.co.kr/…


친밀성 실천과 이성애 결혼/가족 규범에 대한 비판


친밀성이라는 말이 사회학에서 널리 회자되기 시작한 기점은 역시 앤소니 기든스의 『현대사회의 성·사랑·에로티시즘-친밀성의 구조변동』 이후가 아닐까 싶다. 기든스는 친밀성을 평등한 두 사람간의 인격적인 관계에 대한 협상으로 정의하면서, 젠더를 둘러싼 불평등에서 벗어나 보다 평등한 입장에서 친밀성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동성애 친밀성에 주목했다. 오늘은 젠더규범과 섹슈얼리티, 친밀성의 교차에 대해 설명하는 두 논문 “한국사회에서 동거 커플, 그리고 그들의 복잡한 젠더 실천과 가족 ‘하기’”(유화정,2015)와 “이성애 결혼/가족 규범을 해체/(재)구성하는 동성애 친밀성”(김순남,2013)을 함께 소개한다. 섹슈얼리티는 사회학의 주요 연구분야는 아니지만 섹슈얼리티 연구에서 등장한 젠더 수행성, 이성애 규범성 등의 개념은 가족연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화정은 기존의 동거 연구에서 이성애 남성과 동성애 커플이 배제되어 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섹슈얼리티와 젠더에 따라 동거커플들이 한국의 가족제도에 어떻게 저항하고 수용하는지를 분석한다. 이 연구는 레즈비언 동거 커플, 게이 동거 커플, 이성애 동거 커플이라는 세 가지 세팅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세 커플은 어떤 지점에서 닮았고, 어떤 지점에서는 매우 다르다. 이들은 모두 이성애 결혼 규범의 바깥에 존재하지만, 섹슈얼리티라는 측면에서 이성애 동거 커플은 결혼제도에 조금 더 가까이 위치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많은 레즈비언, 게이 커플들의 경우 자신들의 동거를 ‘혼인’ 동거로 규정하고 있으며, 가족‘하기’를 실천하고 있었고, 이성애 커플 대부분은 자신들의 동거를 ‘혼전’ 혹은 ‘비혼’ 동거로 규정해 오히려 ‘혼인’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었다.
 
비혼동거가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거부라면 혼인/혼전동거의 경우 결혼제도와의 연속선상에 위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절반 이상의 레즈비언, 게이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동거를 ‘혼인’동거라고 규정하였다. 자신들의 동거를 혼인으로 규정함으로써 이들은 동성 혼인을 허용하지 않는 제도에 저항하고 이성애 기혼커플들과 같은 권리보장을 요구한다. 이성애 남성들의 경우 6명 중 4명이 자신들의 동거를 ‘혼전’동거로 인식한 반면 여성들은 아무도 혼전동거로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이성애 여성들과 소수의 레즈비언, 게이 커플들은 결혼제도에 비판적인 ‘비혼’동거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경우 성정체성에 따라 결혼제도의 어떤 지점에 날을 세우느냐가 달라졌는데, 이성애 여성들의 경우 성별 분업과 며느리 노릇에, 동성애자들은 가족들까지 하나로 묶어서 관계를 제도화하는 이성애 결혼제도 자체에 대해 거부한다. 이들은 동거를 통해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이성애 관계가 갖는 편향된 권리, 성별 분업, 관계의 ‘제도화’가 갖는 한계라는 문제들이 드러나는 것이다.
 
동거커플의 삶은 제도 가족의 모습과 맞닿아 있기도, 혹은 구별되는 양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것은 젠더 수행을 선별적으로 수용(doing gender), 거부(undoing gender), 재수용(redoing gender)하는 복잡한 실천을 통해 자신들만의 가족‘하기’를 풀어낸 결과이다. 이 연구에서는 이들의 가족‘하기’를 커플 사이에서 집안일과 돈 관리를 어떻게 분담하는지, 파트너의 원가족과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마지막으로 반려동물과 가족만들기의 의미라는 세 가지 맥락에서 살펴보고 있다. 이 논문은 3~4인 가구의 수가 급격히 줄고 1~2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성별, 성적지향에 있어 보다 다양한 동거커플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에서 시작했다. 연구자는 이성애 결혼규범과 동거(비혼, 혼전, 혼인)커플의 가족‘하기’가 만나는 지점과 갈라지는 지점을 탐색한다. 이 연구에 나온 동거커플들은 이성애 결혼규범 모델에서 비롯한 많은 젠더 수행과 가족‘하기’의 실천들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각자의 맥락 속에서 이것을 거부하고, 협상해나간다. 이것은 가족‘하기’의 실천이 규범화 된 이성애에만 귀속된 것이 아니라는 점, 이성애와 동성애의 관계는 “복사본과 복사본의 관계”(버틀러, 2008:145)라는 점을 보여준다.
 
김순남은 동성애 친밀성이 상호 독립성을 기반으로 하는 ‘좋은’ 친밀성이라는 기든스의 주장은 사회적으로 의존할 곳이 부재한 상황에서 오히려 서로에게 더욱 의존적이 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의 친밀성을 둘러싼 불평등의 맥락을 고려해야 하며 동성애 친밀성의 실천은 어떠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협상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심층면접을 통해 20-40대 동성애자들 18명의 ‘사랑하기’, ‘가족하기’, ‘공동체 만들기’의 실천을 분석하며, 크게 세 가지 문제에 답한다. 동성애 친밀성이 이성애 규범적 삶의 모델에 기반한 지속적인 협상의 과정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동성애 친밀성의 사회적 조건과 환경을 살펴본다. 계급, 연령, 섹슈얼리티의 차이와 교차하며 다층적·복합적으로 의미화되고 있다는 점을 가시화한다. 마지막으로 동성애 친밀성이 이성애 규범적 친밀성과 어떻게 협상하는지 탐구한다.
 
동성애 친밀성은 이성애 규범 속에서 규율되고 있는 가족, 우정, 사랑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정상가족’에 대한 비판과 논의는 1980년대 이후 새로운 가족, 선택으로서의 가족, 친구 가족의 논의로 이어져왔다. 이러한 논의는 가족 경계는 물론 성별화 된 친밀성 실천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동성애 커뮤니티에서 친밀성은 우정, 사랑, 가족, 결혼을 가로지르며 나타나는데, 이것은 가족, 친구, 파트너 등에서 어떤 관계가 중요한가는 개인들마다 다르며, 계속해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성주의에서는 이성애 규범을 특권화 하는 것을 넘어서는 평등함에 기초한 친밀성이라는 새로운 윤리의 가능성을 중요하게 논의해왔으며, 친밀성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과 맥락을 포착하고자 시도해왔다. ‘새로운 가족 구성’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는 담론은 가족구성의 범위를 “부양과 돌봄의 책임”을 가진 주체들로 확대하고 동성애자들을 시민권 담론으로 포함하였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동성애의 ‘제도화’ 논의에는 ‘제도화’된 관계를 다시 특권화 하여, 동성애 커뮤니티 내부에서 서로에 대한 낙인과 배제가 생길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경계 바깥에 위치한다는 것은, 그로 인해 생기는 새로운 실천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사회적 배제와 낙인은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의 삶을 집합적인 경험으로 공유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젠더, 계급, 연령에 따라 동성애 친밀성 구성과 실천의 경험이 크게 갈라지게 만든다. 삶의 모델이 없다는 점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제한하거나 좌절하게 만든다. 더불어 이들의 사랑은 그 자체로 사회적으로 승인을 받지 못한다. 이성애/결혼 친밀성이 그 사랑의 ‘조건’이나 ‘가능성’에 대해 추궁당하지 않지만, ‘잘못된’ 사랑으로서 동성애는 사랑하는 파트너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죄책감을 수반한다. 사회적으로 배제된 관계라는 맥락 속에서 이들에게 “사랑의 불가능성, 영원함에 대한 의미들은 ‘사랑’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과 배제”의 역사와 만난다”(p.103:Love, 2007:56 재인용).
 
연구 참여자들은 ‘가족’의 개념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선택적으로 사용하는데, 이것은 가족과 애인을 위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성애 규범을 해체한다. 이들에게 소중한 관계는 파트너십/가족으로 일반화되지 않는다. 이것은 “가족은 고정화된 형태를 갖지 않으며, 일련의 친밀성 실천들을 통해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재의미화되는 과정이며, 무엇보다, ‘가족’은 고정된 실체가 부여되는 명사(noun)가 아니라, “가족 실천(family practice)”이라는 동사(verb)”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들에게 동거는 연애와는 다른 ‘가족하기’의 맥락에서 등장한다. 동거를 한다는 의미는 관계에 대해 더욱 큰 헌신과 책임을 요구하며, 또한 동거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이성애자들과 마찬가지로 집으로부터 자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또한 연애와 달리 동거에서는 ‘경제력’이 ‘안정적’ 관계, ‘나이’와 동거가 결부된다. 하지만 동거라는 것이 관계, 감정을 ‘제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하며 동거를 반대하기도 한다.
 
최근 트위터에서 본 어떤 결혼식의 모습으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이 커플은 타고난 몸의 성이 서로 반대이지만, 스스로 정체화 한 성 정체성은 이보다 모호하다. 이들의 결혼식에는 버진로드, 흰 드레스, 부케와 폐백, 아버지 손잡고 입장하기, 대기실에 앉아있기 등의 장면이 없었다. 대신 라이더 재킷을 입고 쎈 화장을 입은 신부가 있다. 이들은 '가장'을 세울 마음이 없고, 그래서 혼인신고의 계획도 없고, 출산의 계획도 없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에는 시작부터 너무나 복잡다단한 이성애 실천들이 스며들어 있다. 가족을 비롯한 제도로서의 이성애에는 당연하게 보이는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기라는 사회학의 질문이 여전히 필요하다.  

유화정. (2015.12). 한국사회에서 동거 커플, 그리고 그들의 복잡한 젠더 실천과 가족 ‘하기’. 여/성이론, (33), 84-97.
김순남. 2013. "이성애 결혼/가족 규범을 해체/(재)구성하는 동성애 친밀성".한국여성학 제29권 1호, 2013.3, 85-125 (41 pages) 
주디스 버틀러, 2008. 『젠더트러블』. 조현준 역. 문학동네.
Ingraham, C. (1994). The heterosexual imaginary: Feminist sociology and theories of gender. Sociological theory, 12, 20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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