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사회학
먹거리문제의 해법으로서 녹색소비주의: 식품라벨 활용과 먹거리 대안소비의 관계를 중심으로 - 송인주
 
Socio-log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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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2-05 00:21:27

 최근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매할 때 라벨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브랜드를 보고, 표시성분을 점검하고, 품질을 확인한다. 불공정한 생산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원산지, 생산자 등을 확인하기도 한다. 라벨에 기재된 마크는 그 상품이 윤리적 혹은 생태주의적인 상품임을 나타낸다. 이처럼 사람들은 상품의 품질뿐 만 아니라, 상품을 둘러싼 사회문제에 소비자로서 반응하며, 녹색 소비주의는 개인 건강, 상품 품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을 넘어 생산과 유통시스템에 변화를 일으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 녹색 소비주의가 과연 대안가치를 실현하는 유효한 수단인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라벨에 적힌 표시성분을 해석하기 위해 똑똑해져야 하며, 해당 상품의 생산이나 유통과정에서 어떤 불평등이나 문제가 발생하는지 알기 위해 시간을 더욱 투자해야 한다. 때문에 대안 소비가, 더 나아가 대안 소비의 전략인 라벨링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우며, 기존 사회의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그 힘이 부족한 전략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에 식품의 라벨링 사례를 중심으로, 녹색 소비주의의 전략적 유효성에 대하여 경험적으로 검토한 연구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 운영진





먹거리문제의 해법으로서 녹색소비주의: 식품라벨 활용과 먹거리 대안소비의 관계를 중심으로

 라벨링이란 상품의 이름, 종류, 브랜드나 가공과정에 들어간 원료, 성분뿐 만 아니라 각종 품질과 등급의 검사 결과를 규격화된 형식으로 나타내는 ‘표시제’의 일반이다. 라벨링은 녹색 소비주의의 전략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성의 문제를 해결하여 거래비용을 절약하도록 시장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기술적 수단이다. 라벨링은 소비자에게 상품정보를 제공하는 유효한 수단이며, 라벨링 그 자체(전 성분 표시 제도, 그리고 여러 가지 인증마크)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정치적 갈등이 보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녹색 소비주의는 집합적 동원으로 대표되는 기성의 제도정치를 비판하고, 개인적 참여를 지향하는 새로운 ‘소비의 정치’ 즉, 생활정치를 추구하는 정치적 의식 변화에 따라 90년대 이후에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동시에 소비주의의 본질적인 한계와 맞물리는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우선 불평등한 구매력이 대안 소비를 가로막는다. 따라서 그것이 새로운 정치적 성향이나 대안 사회를 만들 방법으로 사용되기보다는 시장세분화나 제품차별화를 추구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기능 하는 경우가 지배적이다. 더불어 녹색 소비주의의 전략인 라벨링이 제대로 작성된다 해도 그것이 전달하는 정보와 지식이 항상 의도대로 수용되지는 않는다. 선택의 자유를 절대시하는 소비주의는 먹거리 안전성을 소비자의 선택문제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연구자는 2015년 3월 19에서 4월 6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인의 식습관과 대안 먹거리 인식조사』를 분석하여, 먹거리 문제의 해법으로 녹색 소비주의가 유효한지 경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라벨링과 관련하여 '먹거리 소비에서 라벨링을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집단이 비교적 대안 소비성향이 강하고 실제 실행수준도 높을 것이지만, 먹거리 구매의 직접적 동기를 통제하면 그 차이는 완화되거나 소실될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을 통계적으로 검토하였다. 더 나아가 녹색 소비주의의 잠재력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게 작동하는 장애요소로서 라벨 비활용군의 소비자가 식품라벨을 활용하지 않는 이유를 검토하였다.

 

 검토 결과, 조사 대상자 4명 중 3명은 라벨링을 활용하고 있었다. 라벨링 활용군을 다시 살펴보면, 평소 대안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았다. 이는 한국 사회에 그러한 가치가 어느정도 수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대안 소비를 행위로 끌어내는 직접적 동기에는 개인이나 가족의 건강, 이익을 추구한다는 실용적 동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따라서, 식품라벨이 대안가치 추구 성향이나 실용적 동기가 있는 사람들의 대안 소비 행위에 유용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라벨 활용 여부와 깊은 관련이 있는 영향요인을 살펴본 결과, 성별, 연령, 주거지역, 교육수준과 같은 사회인구학적 변수들이 크게 눈에 띄었다. 식품 주요 구매자는 여성(특히 주부)이며, 어린 자녀를 둔 연령대인 30대 혹은 신체건강을 염려하는 50대에서 높은 활용도를 보였다. 농촌 거주자는 상품 접근성이 도시의 경우에 비해 상당히 불리함과 동시에 농촌의 급격한 고령화 때문에 농촌 거주자들이 라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라벨 내용을 이해할 가능성이 높으며 사회·환경문제에 대한 관심과 인식 수준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소득수준에 따른 차이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라벨 비활용군을 분석하여 그들이 일상소비에서 대안가치를 추구하지만 라벨링을 활용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그 이유로 크게 세 가지가 있었는데, 가장 많은 이들이 지적한 점이 '읽기의 어려움'이었다. 라벨에 기재된 내용은 식품·영양화학에 기초한 전문적 언어로 쓰이기 때문에 내용 해석이 어렵기도 하지만, 깨알같이 작게 쓰인 글씨가 가독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많이 지적된 장애 요인은 개인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문제였다. 특히 고학력·고소득자이자 주관적 계층의식이 높은 사람들이 시간 부족 문제를 크게 꼽았다. 세 번째로 많이 지적된 이유는 제공된 정보에 대한 불신이었다. 

 

 결과적으로, 연구자는 한국의 농식품체계에서 녹색 소비주의가 일정한 정치적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식품라벨이 대안가치를 바로 실현하기 보다는 오히려 사적·실용적 관심을 촉진하는 데 더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논문을 읽고 난 후, 우리가 점점 더 생활 속에서 라벨링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사실이 뚜렷해졌다. GMO나 가습기 살균제, 피부병을 유발하는 화장품 성분들의 실체가 낱낱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환경친화적이면서도 안전한' 먹거리와 제품들을 소비하고 있다. 올해,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안전장치가 갖춰진 보일러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삶을 위협하는 많은 요소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이전보다 라벨링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관찰되는 것이다. 대안 가치를 지향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녹색 소비'나 '쇼핑으로 세상 구하기' 전략은 아니었을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라벨링의 생활정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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