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사회학
'이윤의 지대되기'와 정동 엔클로저 - 이항우
 
Socio-log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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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1 01:17:32

'언어'가 중요해졌다. 작업장 곳곳이 언어로 넘쳐난다. 이제 노동자들에게는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줄 아는 능력, 타인과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작업장이 넓어졌다. 공장의 담벽을 허물고, 이 사회가 작업장이 되었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크라우드 소싱이 유행하고, 위키피디아, 지식IN 같은 집단지성의 활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제 3의 자본주의. 인지 자본주의의 등장이다.




 
이항우. (2016.2). ‘이윤의 지대되기’와 정동 엔클로저. 한국사회학, 50(1), 189-219.

 

‘이윤의 지대되기’와 정동 엔클로저: 구글과 페이스북의 독점 지대 수취 경제


디지털 네트워크 자본주의는 기존의 자본주의 경제구조와 크게 두 가지 차이가 있다. 첫째는 ‘지대’의 부활이다. 포드주의 자본주의 시대에 규제하였던 토지세, 금융화, 부동산 등의 지대가 부활했다. 특히 디지털 네트워크 경제에서 소프트웨어는 ‘지적 재산권’에 의거해 ‘독점지대(monopoly rent)’를 수취하는 장치이다. 연구자는 디지털 네트워크 경제에서 발생하는 지대는 독점지대라고 본다. 독점지대는 특정 토지의 생산물이 갖는 독점 가격에서 발생한다. 디지털 네트워크의 자연상태는 비옥도가 상이한 토지와 달리 거의 평등하다. 다만, 개별 자본이 제공하는 서비스에는 차이가 있다. 특정 자본의 서비스가 수요를 집중시키기 충분한 독점가격을 가지고 있고, 정보와 지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독특하므로 독점가격을 형성한다.   

두번째 차이점은 생산구조이다. 디지털 네트워크 경제에서 자본은 더이상 생산에 개입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정보, 지식, 언어, 정동, 사회관계, 아이디어 등의 공통재는 공유될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사유화될수록 생산성이 낮아진다. 즉, 자본의 개입은 공통재의 생산성 감소로 이어진다. 때문에 자본은 생산설비를 임대하거나 생산 자체를 외주를 주는 등 생산을 외부화 한다. 특히 웹 2.0의 경제에서 자본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만들어낸 콘텐츠, 정동 등의 가치를 수취한다. 자본은 이제 생산과정 외부의 요소이지만, 지적 재산권에 근거하여 그 가치들을 지대 형태로 사유화한다.

연구자는 위의 디지털 네트워크 경제의 두 가지 특징을 ‘이윤의 지대되기’라는 개념을 통해 표현한다. 이윤과 지대는 생산수단의 소유로부터 얻는 수익이다. 그러나, 이윤은 자본가가 생산과정 내부에 개입하여 얻는 것이라면, 지대는 수취자가 생산과정 외부에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 경제뿐 만 아니라 현대 경제 전반에서 점차 이 둘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사회-공장'시대에 이르렀다. 생산의 장소가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넘어 이제 사회가 공장이 되었다. 자본이 생산 외부적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현대 경제 전반에서 ‘이윤의 지대되기’가 나타나고 있다.  

정동은 본래 화폐가치를 갖지 않는다. 우리가 상품후기를 작성하거나 일상을 공유하거나 혹은 어떤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른다던가 SNS를 하는 활동들은 바로 정동의 표출이다. 현대의 웹 2.0 소프트웨어 자본은 사용자들의 자유로운 정동을 화폐수익으로 전환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구글의 페이지랭크(PageRank)와 페이스북의 에지랭크(EdgeRank)가 대표적인 장치들인데, 이들 알고리즘은 자본이 우리의 정동을 실시간으로 이용하고, 상품화하며 그것을 화폐수익으로 바꾸어준다. 이것이 지식과 정보, 사회관계, 언어 등 공통재 혹은 사용자들의 활동의 가치를 개별 자본에게 귀속시키는 ‘정동 엔클로저’이다. 

구글의 페이지랭크(PageRank)는 무질서하게 넘쳐나는 정보들을 특정한 기준에 따라 분석하고 정리한 것이다. 연구자는 이를 두고 “정보의 바다를 정동의 위계구조로 전환시켰다.”고 표현한다. 페이지랭크가 만든 정동의 위계구조는 거의 자연발생적이다. 사용자들의 수요가 높은 정보, 콘텐츠부터 보여준다. 때문에 구글은 인기 있는 검색 플랫폼이 되었다. 에지랭크(EdgeRank)는 페이스북이 사용하는 알고리즘인데,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에 뜨는 게시글들을 세 가지 기준 ‘친밀성’, ‘중요성’, ‘시간 감쇠성’ 을 통해 위계구조로 전환한다.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의 정동이 표출된 게시물일수록, 최근의 것이 아니더라도 ‘좋아요’를 많이 받거나 ‘공유하기’가 많이 된 게시물일수록 뉴스피드에 자주 뜨게 된다. 페이지랭크와 에지랭크로 구글과 페이스북은 독점가격을 얻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광고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사용자들의 정동을 화폐수익으로 전환한다. 구글은 애드워즈(AdWords)와 애드센스(AdSense) 프로그램을 통해 구글 검색 플랫폼 사용자들이 입력한 검색어를 광고주들에게 판매하고, 사용자의 과거 검색기록을 분석하여 그에 알맞은 광고를 접하게끔 만든다. 페이스북의 경우는 사용자 페이지 우측의 ‘측면광고’, 뉴스피드에 간간히 노출되는 ‘후원 게시물’과 ‘추천 게시물’, ‘기업 페이지’ 등의 장치를 이용해 광고주에게 영업장소를 제공하고 임대료를 받는다. 또, 페이스북에 사용자가 입력하는 ‘프로필 정보’는 페이스북 서버에 저장되어 맞춤형 광고를 위한 자료로 사용된다.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들의 정동을 실시간으로 조사하고 관리하여 광고수익의 원천으로 이용한다. 더불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하느냐가 해당 기업의 주가를 좌우한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인지자본주의의 ‘불변자본’에 해당한다. 이들 각각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대표적인 지적재산일 뿐 아니라 독점가격을 갖게하는 주요 요인이다. 연구자에 의하면 인지 자본주의에서는 기존의 물질재 자본주의에서 설비 혹은 기술-노동력으로 이해되었던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변화한다. 페이지랭크, 에지랭크와 같은 언어적 기계들-'사회-공장'시대가 인지 자본주의의 유기적 구성으로 대체되었다. 더불어 지적 재산권은 사회가 생산한 생산물들의 가치를 자본이 지대형태로 수취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법적 장치이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이 막대한 지대수익을 얻는 자본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대 경제가 점점 광범위한 불로소득에 토대하고 있다. 연구자는 특히 디지털 자본기업들의 지대수익을 규제하는 법적장치가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 구글과 같은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거나 수익의 서류과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등의 방법을 이용하여 법인세 납부를 회피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자는 ‘구글세(Google Tax)’와 같은 법인세, 특별부가세를 부과함으로써 막대한 불로소득을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장치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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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16-07-15 22:45:08

잘 읽었습니다. 정말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지배적인 온라인 플랫폼을 소유해서 얻는 이윤을 필요 이상으로 정당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환원받는 대상이 '국가'일 수 있느냐, 혹은 여러 국가가 나눠서 환원받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중요하게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미국'기업이라고 부르는 건 사실 별 의미가 없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