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사회학이 공부하고픈 고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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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01-09 01:23:56

  안녕하세요. 근 일년째 눈팅만 하다 드디어 가입을 하게 됐습니다. 참 유익한 글들도 많고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제 생각과 비교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근래에 글이 잘 없는데 이 사이트의 대다수가 대학생이라 방학 중인 대학생들이 다 바쁜 탓일까요. 앞으로 고3이 되는 사람이지만 여러가지로 가진 생각을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어이쿠, 쓸데없는 서론이 길었군요. 사회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한지는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생각은 제 어렸을 때 저에게 던진 질문이었던 "공부는 왜 해야 하는가"에서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여섯 살인가 일곱 살때 였던 것 같습니다. 미취학 시절과 초등학생 시절 모두를 울리게 만들었던 밀린 구몬수학을 풀며 어머니께 따져물었습니다. 공부는 왜 하냐구요. 어머니의 대답은 생각보다 멋있는 대답이었습니다. "공부해서 남 주는 거야. 공부해서, 나보다 약한 사람을 돕고, 사랑해 주기 위해서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할 힘을 얻기 위해서야"라는 맥락의 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이후 저의 공부의 목적은 '남주려고' 였습니다. 

  중학생이 되고 주변에서 하는 말들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아버지나 외삼촌으로 부터 '힘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신문을 보기 시작했고, 부자인 사람은 자식도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지금도 어리지만) 어린 마음에 "내가 그 구조를 깨버릴 기가막힌 이론을 만들어 내야지"하고 아주 포부있게 꿈을 '경제학자'라고 정했습니다. 다소 막연하긴 했지만 중학생의 범위에서는 나름 경제 공부도 하곤 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케인즈가 대단하다고 느꼈고, 여러 경제학자 중에서 케인즈를 가장 좋아하다 보니 자칭 '케인지언'이라고도 불리기를 바랬었습니다. 계속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 한계에 부딪힙니다. 예. 저는 문과였던 것입니다. 언어 쪽에는 나름 재능을 타고 났다고 생각했지만, 수학 쪽에는 영 재능을 갖고 있지 못했던 것입니다. 경제학자들 중에서는 수학을 부전공으로 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로부터 오래 지나지 않아, 우연히 경제수학 시험지를 보게 됩니다. 경제수학 시험지는, 경제학을 서서히 두려워하는 중학생에 가슴에 대못을 박아 버립니다. 평생을 수학만 하며 살아 갈 자신이 없었거든요. 예. 그래서, 경제는 그냥, 교양으로만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 애석하게도 이 나라는 학생들이 아주 어린나이부터 구체적인 꿈을 정하기를 강요합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저는, 어쩔 수 없이 꿈을 정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아주 우연찮게, 유튜브에서 '미국이 위대한 이유'라는 비디오 클립을 보게 됩니다. 이야. 대박이다. 영화의 한 장면인 줄 알았는데 미드 '뉴스룸'의 한 장면이라더군요. 그자리에서 뉴스룸을 봐야겠다고 결심하고, 채 두달이 되지 않아 시즌 3까지 완결을 보게 됩니다. '아, 기자가 되고 싶다'라고 느꼈습니다. 어떤 분은 이걸 보고 외부 자극에 민감하다라고 느끼실지는 모르겠지만 뭐. 좌우지간, 제가 여겨왔던, '남준다'라는 가치와, '세상을 바꾸고 싶다' 라는 목표에 얼추 부합했으니까요. 기자나 언론인이 되려면 뭐 보통은 미디어 학과나 사회학과를 간다고 하더군요. 경제 공부를 하면서 마르크스를 되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였기에 사회학과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공부 할 수 있을까' 하며 사회학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은 유효하구요. 

  이제는 기자가 되고 싶다라기보다 그냥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합니다. 뭐 사회 문제나 이슈에 대해서 내 생각을 쓰고, 남이 그것을 읽어 주기를 바란다던가, 아니면 누군가의 말을 대신 써 준다던가 말이지요. 단지 사회학 공부라는게 이제는 글쟁이가 되기를 원하는 저의 눈이 되어주기기를 바란다고 해야 할까요.

  사회학이란 학문이 참 좋은게, 굳이 어디 한 군데에 국한 할 필요가 없더군요. 여러가지로 두루두루 적용 될 수 있으니까 그게 참 맘에 들었습니다. 기본적인 제 주관에다가 기타 여러가지로 얻는 지식에 사회학 이론이 들어가면 또 그게 새로운 것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깐 말이죠. 동기들 보다 아주 "쪼오금" 더 알고 있는 경제 지식에, 제가 가지는 사회를 보는 틀에, 마르크스 아저씨, 뒤르켐 아저씨 등등 이런 사람들의 생각이 더해지니까 뭔가 제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 더욱 넓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가능해 지더군요. 

  두서없이 쓰다보니 무엇을 쓰고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아직 철 덜들었고 꿈 많은 고등학생이 뭔가 하고 싶은게 많고 알고 싶은게 많다고 봐 주세요. 앞으로 많이 공부할 거니까요. 여기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지 잘 모르겠지만, 기대가 됩니다. 길기만 길고 못 쓴 글 읽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P.S. 여기는 성향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수직선을 긋고, 1을 극우주의, 100을 아나키즘이라고 볼때 본인이 어떻다고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60 정도에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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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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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1 10:23:51

좀 늦었지만 환영합니다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국한되지 않고 두루두루 적용되서 좋다는데 격하게 동의합니다. 
그래서 성향상도 1~100사이 어디든 상관없이 사회학을 좋아하고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100점을 아나키즘으로 보시니 신선하네요 )
아, 그리고 (경제)수학 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수학이 효과적인 문제풀이 도구이다 보니, 대학이후에 본인이 흥미있는 사회학 잘하기 위해 도구를 습득하다보면 수학도 잘 하게 되는 분들 많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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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4 19:59:27

환영합니다! 저같은 눈팅의 일원이군요... 저도 여기서 활동하고자 준비만 해놓고 특별히 하는게 없는 눈팅 회원입니다 ^^;; 

여러모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또 무엇보다도 멋진 것, 아름다운것, 옳은 것에 대해서 배우고, 또 그러한 길을 갈 수 있으면 어떤가 고민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그런 사람 한 명 한 명이 모여 이 세상이 비록 어두워 보여도 희망이 있는 것이겠지요. 
언론이라... 저도 언론 쪽을 한 때 고민해보기도 했지만, 현실언론의 양상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며 '저널리즘'이라는 것에 조금 회의를 가진 이후엔 계속 연구자를 동경하고 있네요 ㅎㅎ.